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잠시 하고 싶은 말
이 글은 원래 다른 카페(음악취향Y)에서 어떤 분이 10대, 20대 젊은이가 아닌 분들에게 답변해달라며 질문한 것에 대해 쓴 답글이다. 질문의 내용은 권력과 돈이 유일한 가치이고 의미라고 강변하는 어른들, CD나 책은 한 권 사지도 읽는 모습도 보여준 적 없는 어른들이 갑자기 문화산업이네 어쩌네 하며 문화에 대해 떠드는 모습을 보며 분노하게 되는데,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덧글 형식으로 쓴 글이라 그다지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쓰다가 보니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그냥 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 수업 카페(세상에 대한 호기심)에도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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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요즘 10대 20대 초반의 학생들 중 적잖은 수는 어른들이 가진 가장 더럽고 추잡한 면, 님이 말씀하신 돈과 권력, 학력 등에 대한 집착에 있어서 지금 어른이란 사람들이 젊어서 욕망하던 것 이상으로 더 게걸스럽게 탐하고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흠찟 놀랄 때가 많습니다.
사실 울 오마니는 늘 사이먼 앤 가펑클을 듣고 계셨죠. 국민학교 2학년(네, 전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때부터 판 사달라고 졸랐던 것도 울 오마니가, 외삼촌이 집에서 항상 음악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인간의 취향이라는 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환경에 강한 영향을 받는 게 아닌게 아니라 사실입니다. 님께서 걱정하시는 10대들에게 돈의 가치만을 주입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연관되는 부분이 있죠.
그런데, 저는 젊은 친구들의 객기로 반항하면서 책도 보고 , 음악도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세대의 문화는 부모의 것을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또래집단에서 창출해내는 것이기 때문이죠. 10대는 윗 세대에게 더 불경스럽게 보여야 하고, 더 거침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전 세대가 만든 가치들에 대해 더 발가벗기고 싸워야 합니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 20대, 30대가 되면서 자신의 시각에 대해 더 고민하고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고민을 할 여지가 생깁니다. 그런 과정이 없이 10대부터 이미 현재 사회가 만든 엘리트의 코스니, 뭐니 하는 길에 대해 갈망하는 친구들이 무섭습니다. 왜냐 그들의 사고가 커지고 자라더라도 이미 시작부터 다른 세상, 공동체나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닫아두었기 때문이죠. 사고는 커지지만 방향이 바뀌기란 쉽지 않을겁니다. 그래서 사회라는 것, 즉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것에 대해 교육이라는 제도로 알리는 것이죠. 그런데, 교육 기관이란 곳도 타인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알리기보단, 짓밟고 올라서라고 가르치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아니, 최근의 모습은 그걸 더 강조하죠.
물론, 이미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인 어떤 길을 선택한 친구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부모겠죠. 언제나 돈 많이 버는 것 만이 행복이라고 배웠겠죠. 학교라는 기관도 거들었을 것이고요. 그런데 거기에 반항 한 번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저는 그 10대, 20대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전 록을 좋아합니다. 집에서도 어려서 록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데쓰메탈이니 익스페리멘틀 록이니 하는 음악 혼자 찾아들었습니다. 전 세대가 즐기던 말랑한 록에 대해, TV의 트로트에 질려서. 그런 저항과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의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더 많은 음악에 대해 열린 귀를 가지고 즐길 수 있다고 감히 얘기 합니다.
이전 세대가 허접하고 부족했다고 아쉬워하는 맘 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아쉬움으로 끝내지 말고 분노하시고, 그 부모 세대가 생각도 못한 방향으로 또래의 문화를 만드세요. 시간이 지나면 부모 세대를 그렇게 만든 한국이라는 이상한 사회의 구조도 보일 것이고, 그 구조를 더 가속화 시켰던 부모 세대의 행태도 더 분명히 보일 겁니다. 그 때가 되면 님과 같은 분들이 만들어낸 세상, 부모 세대와 피터지게 싸우며 이룩한 세상의 가치가 더 커질겁니다. 그리고 아마 그 정도 싸워서 쟁취한 세대의 문화라면 부모 세대가 여러분을 강압하면서 차말 말 못했던 그들의 고통도 조금씩 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님의 다음 세대가 님의 세대를 박터지게 욕하고 들이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의 세대가 만든 세상은 잘못된 겁니다. 역사는 절대로 환상이 아닙니다. 실존하는 유기체입니다. 실질적인 움직임 만이 바꿀 수 있으며, 역사가는 거기에 어떤 평가나 틀을 씌웁니다. 틀이 먼저 있고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얘기죠. 종교가 사람들을 구속해서 중세가 어두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종교를 그렇게 만들었기에 시대가 그렇게 된 것입니다. (물론 부르주아 혁명이 시작되면서 이전 시대에 대해 더 어둡고 음침하게 만들어서 자신들의 혁명을 더 빛나게 만들기 위하여 가치가 깊이 개입한 역사적 평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역사를 사람이 아닌 어떤 힘이나 사상으로 변했다고 보는 사람들의 눈에 역사는 환상일 뿐 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님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세요. 그리고 분노하십쇼. 분노가 질료가 되어 다름을 꿈 꿀 수 있게 할 겁니다. 다름을 꿈꾸는 역동성을 잃어버린 채, 이전 세대가 잘 못해줘서 지금 우리가 이렇다고만 체념하고 그 길만 졸졸 따라가서는 소설 『1984』가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입니다. 깨인 앞 세대의 사람은 다음 세대의 분노의 정당함을 알고, 오히려 거기서 나와 내 주변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찾습니다. (2008.5.8 heavyj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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